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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칼에 손가락을 베었을 때 !상처사진주의(징글징글함)!(외출혈 응급처치, 치료 과정, 통증 등)

노카코 2020. 9. 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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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11월 22일 새벽, 채칼에 손을 베었다.

손이 베이자 마자 피가 뚝뚝 떨어졌기 때문에 상처의 깊이를 알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적당히 밴드만 감으면 될 줄 알았는데ㅠㅠ..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으며 상처의 상태를 확인했다. 가볍게 진피층이 날라갔다.


표피만 다친 정도라면 금방 지혈이 되지만, 진피까지 손상되면 손가락은 꽤 지혈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가루형 지혈제를 사용하지는 말 것) 그리고 빨간약도 사용하지 말 것(피부가 얼룩진다)
진피가 다쳤는지 어떻게 아느냐? 팥이 든 찹쌀떡처럼 표피 안쪽으로 날고기같은 생살이 보인다. 

손톱이 있는 손가락 끝만 다쳤을 뿐, 손가락 중간, 손바닥, 손목에는 손상이 없어서 다행히 인대 손상은 걱정하지 않았다.

고작 이만큼 베었을 뿐인데 어마어마하게 피가 솟는다.


흐르는 물 속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피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새벽, 주말, 내일 알바, 과제, 곧 기말고사, ㅅㅂ...;;

담담한 멘탈과는 별개로 충격으로 인한 쇼크가 있을 수 있다.
몸에 힘이 풀리고 식은땀과 함께 잠과는 다른 졸음이 쏟아진다. 꼭 수면마취때의 기분같은ㅋㅋㅋ

피가 많이 날 뿐 통증이 심한 것은 아니다.
지혈이 된 후 충분한 휴식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다면(나처럼 새벽에 다쳐서라든지) 순순히 응급실에 가도록 하자.
지혈이 되기까지가 영겁의 시간이었다.
피가 줄줄 나는 손가락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핸드폰을 사용하기도, 책을 읽기도 쉽지 않다.
그 시간이 지루하고 심심하다.

피가 멎을 기세가 보이지 않아 응급실에 가기로 했다.
만약 집에 충분한 응급용품이 있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엄청나게 두꺼운 습윤밴드로 상처를 지혈하고 항생제를 맞았다.
파상풍 주사는 이전에 맞았다고 했다. (맞은 적 없다)
날아간 피부는 가지고 갔지만 꼬매지는 않았다. 채칼로 인한 상처 치고 깊은 편도 아니어서..
만약 다시 붙이는게 가능하다면 훨씬 더 빨리 아문다고는 들었다.

초기 드레싱은 가까운 피부과에 가서 몇 번 받다가,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문 후에는 직접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집에 응급 물품들을 구비했다.

피부과에서 받은 드레싱

 

이것은 코반이라는 자가접착밴드이다. 붕대를 감기 힘든 손가락같은 부위에서 정말 유용하다.
접착제가 없이 붙어서 상처부위 근처에 풀이 묻거나 하지 않는다.
거즈따위를 고정시킬 때도 사용한다.
지금은 압박붕대 대신으로도 잘 쓰고 있다.


이 때 알게된 것 중 하나는, 약국에서 파는 연고와 편의점에서 파는 연고 성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나면 욱씬거리는 통증도 없어 상당히 편해진다.
하지만 실수로 어디에 부딪히거나 상처부위가 압박되면 좀 쓰라렸다.

처방 약을 다 먹고 난 후엔 손가락 통증이 신경 쓰일 때만 이지엔6같은 진통제를 먹었다.
이지엔6가 가장 나은 선택인지는 모른다. 그냥 가지고 있는 약이라 먹었다.
이 때는 효과 있으면 장땡이라는 생각을 한 듯.

손가락과 같은 말단부위는 상처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말을 어떤 의대생한테서 들었는데,
정말 꽤 빠른 속도로 손가락이 나아갔다.

11월 28일자 사진이다. 22일 새벽 다쳤으니 약 일주일정도. 진물이 좀 나왔던 것 같다.
경과는 좋은 편

이 사진은 30일자이다. 겨우 이틀 지났는데 사진상으로 굉장히 좋아진 것이 느껴진다.
이 때 쯤 어머니한테 상처를 공개할 수 있었다ㅋㅋㅋ
그 전까지는 절대 상처 부위를 보여줄 수 없었다;; 놀라실까봐..

12월 4일. 구멍 다 메꿔졌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손가락과 손톱의 일부가 날카롭게 날아간 것이 잘 느껴진다. 글자 뒤로 살짝 보이니 굳이 구경하려면 하시길.
여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둥근 모양으로 아물기 때문에..
이 날 이후 밴드만 붙이고 다녔다. 

12월 12일. 거의 아물었지만 부위가 상당히 예민하기 때문에 밴드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거즈를 붙여놓고 생활했다.

14일. 딱지가 떨어지고 지문이 올라오고있다.


17일. 따봉을 외치고 있다.

 

이 날 이후 상처를 관찰하기 위해 찍어놓은 사진은 없다.
여기까지 아무는 데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고, 2주차 정도만 되어도 상처부위의 시각 테러만 아니면 멀쩡해졌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20년 9월자 상처가 어떻게 아물었냐,

완전 티가 안나는 것은 아니고 하얀 흉터가 남았다.
다른 손가락에 비해 통증을 느끼기 쉽고 이질적인 감각이 있다.

채칼처럼 날카로운 물건을 사용할 때의 경고창처럼 기능하니까 썩 나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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